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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는 지고, DM이 뜬다: 2025년 Z세대가 바꾸는 소셜 미디어의 풍경

by kjrkangjuri 2025. 6. 5.

2025년, 대한민국의 소셜 미디어 풍경은 조용하지만 강하게 변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지금의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에 해당하는 Z세대가 있다. 이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나, 디지털 환경 속에서 자라난 최초의 세대다. 디지털에 능숙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민감하며, 무엇보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표현하고 공유하는 데 익숙하다.

202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인스타그램의 피드, 유튜브의 영상 콘텐츠, 그리고 TikTok의 숏폼 영상이 SNS의 핵심 콘텐츠였다. 그러나 2025년의 Z세대는 ‘보이는’ 것보다 ‘나누는’ 것에 더 집중한다. 그들은 더 이상 모든 것을 피드에 올리지 않는다. 그 대신, DM(다이렉트 메시지), 폐쇄형 커뮤니티, 일회성 콘텐츠를 통해 연결되고 소통한다.

이 글에서는 대한민국 Z세대의 소셜 미디어 사용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 이유와 의미는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Z세대


📉 "피드에 안 올려요" – SNS 피드의 몰락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오늘 뭐 입었는지’, ‘어디를 갔는지’, ‘무엇을 먹었는지’를 공유하는 것이 당연한 문화였다. 인스타그램 피드는 자기 브랜딩의 도구였고, 잘 꾸민 사진과 감각적인 해시태그는 ‘핫함’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제 Z세대는 이 같은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피드 방식에 피로감을 느낀다.

“굳이 남 보여주려고 꾸며 올리는 게 피곤해요.”
“실제로는 재미도 없는데, 인증 때문에 억지로 사진 찍는 기분이에요.”
이런 말들은 2025년 Z세대의 진심을 반영한다.

그들은 SNS 피드가 ‘꾸며진 자아’의 전시장이라고 느끼며, 점점 그것에서 멀어진다. 그 결과, 인스타그램 피드를 비워두거나 아예 비공개 계정으로 전환하는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공개 피드보다는 ‘스토리’, ‘클로즈 프렌즈’, 혹은 ‘노출 기간이 짧은 콘텐츠’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


📬 "스토리 말고 DM으로 얘기해요" – 개인화된 소통으로의 회귀

Z세대의 소셜 미디어는 점점 일대일 또는 소수 대 다수의 대화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DM(다이렉트 메시지)**의 활성화다. 과거에는 DM은 공개 피드에서 연결된 사람들과만 주고받는 기능이었지만, 이제는 DM 자체가 콘텐츠 소비와 공유의 주요 경로로 자리 잡고 있다.

재미있는 영상이나 글을 보면, 댓글로 소통하기보다 친구에게 DM으로 조용히 공유한다. **“이거 너 생각남ㅋㅋ”, “이건 너 취향”**과 같은 짧은 메시지가 SNS 안에서 더욱 의미 있는 연결을 만든다. 이는 감정적 연결에 더 가치를 두는 Z세대의 성향과 맞닿아 있다.

실제로 여러 SNS 플랫폼들은 이 흐름을 인식하고 DM 중심의 기능 강화에 나섰다. TikTok은 영상 공유 시 DM 전송 기능을 개선했고, 인스타그램은 스토리에서 바로 답장을 보내는 기능을 확대했다. 또한 비공개 ‘친구 그룹’ 기능을 통해 맞춤형 콘텐츠 공유가 가능해졌다.


🔒 "우리끼리만 봐요" – 폐쇄형 커뮤니티의 인기

Z세대는 더 이상 모두가 보는 SNS에서 자신을 전시하지 않는다. 대신, 닫힌 공간, 익명성, 한정된 관계 안의 소통을 선호한다. 2025년 상반기 기준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앱 중 하나는 'Lemon8' 같은 폐쇄형 콘텐츠 플랫폼이다. 이들은 블로그와 SNS의 중간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타인과의 비교 없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오픈채팅 기반의 토픽 중심 커뮤니티도 부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MBTI 기반 톡방, 밈 공유 방, 닌텐도 게임방 등 취향 기반 소규모 커뮤니티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곳에서는 실명도, 얼굴도 중요하지 않다. 오직 공감과 코드가 존재할 뿐이다.

이런 방식은 Z세대가 SNS를 ‘자기 과시의 공간’이 아닌, 감정과 취향을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는 쉼터로 재정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나는 나, 너는 너” – 비교 피로감과 디지털 웰빙 추구

이러한 SNS 사용 방식의 변화 이면에는 비교 피로감디지털 웰빙에 대한 관심 증가가 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같은 SNS 플랫폼은 사용자가 끊임없이 타인의 ‘좋은 순간’을 비교하며 자존감을 잃게 만들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Z세대는 이런 상황을 의식적으로 회피하려 한다. 자신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굳이 남에게 보여줄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경험을 자신의 속도로 소비하고 정리하는 데 집중한다. 더 이상 ‘좋아요’ 수나 댓글 개수가 자존감을 결정짓지 않는다.

따라서 요즘 인기 있는 SNS는 ‘좋아요 수를 감추는 기능’ 또는 ‘타인이 본인의 활동을 볼 수 없게 하는 프라이버시 강화 옵션’을 기본 탑재하고 있다. 디지털 속에서도 ‘비교 없는 자유’와 ‘감정적인 안전함’을 추구하는 경향은 앞으로도 더욱 강해질 것이다.


🧭 “보이지 않는 연결”의 시대

Z세대가 만들어가는 SNS는 더 이상 ‘시끌벅적한 놀이터’가 아니다. 겉으로는 조용하고, 덜 화려하지만, 그 속에는 더 깊은 연결, 더 정제된 표현이 흐르고 있다. 개인화, 프라이버시, 맥락 중심 소통이 강화된 SNS는 인간관계의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Z세대의 정서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마무리하며: SNS의 미래는 ‘작고 깊은 연결’

2025년 상반기, 대한민국의 Z세대는 우리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소셜 미디어 사용 문법을 다시 쓰고 있다. 이제 ‘SNS 잘한다’는 말은 더 이상 화려한 피드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절한 거리감, 취향 기반의 연결, 비교 피로로부터의 자유를 누리는 사람이야말로 디지털 시대의 현명한 사용자다.

Z세대는 묻고 있다.
“굳이 다 보여줘야 해?”
그 질문에 귀 기울이는 순간, 우리는 SNS의 미래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